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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3] 흐르는 삶이 되고 싶어라

이몽식 2014.11.23 01:26 조회 수 : 3562

지난 여름 잔뜩

찌푸렸던 구름도

가을 하늘에

저리 높이 떠서

무심(無心)히

잘도 흘러가건만

삶의 욕망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아직도 남아 있네


여름 태풍도 잠재우고

가을의 대 자연을 풍요롭게

열매 맺게 한 바람도

저리 아무 소리 없이

잘도 흐르건만

지난 아픈 추억은

가슴의 시퍼런 멍이 되어

여전히 멈추어 있네


여름 홍수에 불어난

세찬 물결 다 받아주고

겨울 바다로 가는 강물도

저리 거침없이

잘도 흘러가건만

지나온 삶의 미련은

끈적끈적 영혼에 붙어 있네


세월은

영겁(永劫)을 향하여

저리도 잘 흐르는데

오직 은혜(恩惠)로만 살면서

무얼 연연(戀戀)해 하느냐

흐르는 것만이 산 것이며

흐르는 것만이 풍요로운 것이라

흐르는 구름처럼

흐르는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어서 어서 흘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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