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가을이 높아갔는데
언젠가는
가을이 넓어졌는데
지금은 자꾸만
가을이 깊어만 갑니다
온통 산마다 신록이
대 자연을 다 태워 버릴 듯
붉게 물들이는
가을은
불붙는 사랑으로
미치도록
더욱 깊이 물들어 갑니다
샛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바람에
떨어지며 춤추는
가을은
이유도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이며
진한 그리움으로
더욱 깊이 파져 갑니다
지난 간밤에 내린 비에
떨어진 낙엽들이
대지에 수북이 쌓이는
가을은
그분의 섭리의
시간 속에 뒹굴며
목마른 기다림으로
더욱 깊이 쌓여져 갑니다
모든 열매를
하늘로 돌려주고
앙상한 빈 가지로 남은
가을은
부활을 덧입는 봄까지
다 비우고
다 내려놓고
은총을 기다리는 인생처럼
더욱 깊어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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