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그대는 내 안에
새벽 별로 뜨기도 하고
노란 개나리로 살아 오르기도 하고
풀잎을 흔드는 바람으로 떠가기도 하고
빗소리로 내 곁에 조용히 있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웃음 속에 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봉오리를 터뜨리는 모든 꽃들은
봄에 피울 새로운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지난겨울 대지 위에 버린 것처럼
그대의 죽음도 내 남은 삶을 위해
한 알의 밀알로
그렇게 자신을 다 던지고 갔건만
난 아직도 그대의 부재에 대한
설움에만 집착하고 있어
내가 져야 할 십자가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먼 땅에서 공부하는
딸들의 목소리에도
그대의 꿈은 살아있고
함께 있는 아들의 눈빛에서도
그대의 사랑은 살아있고
아파하는 이웃의 신음에도
그대의 섬김은 살아 있고
아직도 복음을 들어야 할 열방에도
그대의 기도는 살아 있는데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고 난 다음
물주고 거름 주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 맺게 하는
나의 십자가를 제대로 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대가 죽어 뿌린 씨앗이 열매되어
그대를 다시 살게 하는
나의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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