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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2] 삼백육십오일

관리자 2010.12.25 06:56 조회 수 : 5654 추천:11

산다는 것은
무엇을 잡으려는 몸짓
열두 달 삼백육십오일
낮도 모자라
지는 해를 잡으려고
긴 밤까지 세워가며
살았는데
잡히는 것은
사라지는 시간
잊혀져 가는 추억들...

그러나
잡으려고 하는 것을
놓아보니
사라진 시간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카이로스(시간)
잊혀진 추억들은
하나님 섭리의 손길

삼백육십오일
매일 지지고 볶고
일상을 사는 것도
불꽃같은 눈동자로
내게서 단 한 순간도
눈 띄지 않고 돌보시는
주님의 은혜인 것을...

삼백육십오일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며
삶과 죽음의 간격이
한 뼘 이내 있어
죽는 것도
또한 살아 있는 것도
주님의 은혜인 것을...

삼백육십오일
아무리 생각해도
또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의 사랑은
그 많은 사람 중에
나 같은 죄인을 부르신
주님의 은혜인 것을...

아아, 주님
삼백육십오일
마지막 해가 지기 전
잡으려 하지 말고
좀 더 용서하고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인내하고
좀 더 낮아지고
좀 더 비우고
좀 더 포기하고
좀 더 내려놓고
붙잡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