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첫사랑의
지병(持病) 앓다가
마침내
온 대지 위에
봄의 부활을 알리며
선연(鮮然)한
연분홍 빛으로
한껏 그리움을
머금고 피어난
고운 빛깔 진달래
하늘과 땅 사이에
붉은 핏빛으로
생명을 이어주는
십자가(十字架)처럼
가냘픈 몸뚱어리
흔들어 온 산에
봄소식 알리고
제 몸을 불살라
사랑으로 산화(散花)한
진한 빛깔 진달래
이제
모진 봄바람
모가지 흔들려
붉은빛 잃고
세찬 빗소리에
남아 있던 꽃술마저
땅에 떨어져
내년 이 맘 때
하얀 생명으로 부활하여
다시 피어 날
붉은 빛깔 진달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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