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르사 언덕에 올라와
멀리 누워 있는
지중해를 바라보니
옛 카르타고의 찬란한 역사를
가늠케 하는
거대한 터와 기둥들
그 역사의 뒤안길에는
로마의 극심한 박해에도
신앙을 지키며
순교의 피를 흘린
북아프리카의 영적 거성
키프리안을 기념하는
교회의 터가 있고
그 교회의 터 위에는
아들을 로마로 유학 보내고
매일 지중해를 바라보며
눈물의 기도로
탕자 어거스틴을
성자로 회심시킨
모니카 여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옛 영광을
아는지 모르는지
뜨거운 바람에
바짝 마른 풀포기와
몇몇 야자수만이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강렬한 햇살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순례자는
흔적만 남아 있는
역사의 무상함에
다시 이 땅을 영광스럽게
회복시킬 그 날을 기다리며
간절한 염원을 올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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