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녘
바람에 흔들리는
붉게 물든 단풍에
내 마음도 흔들려
가을 내내
그리움으로
붉게 타버렸습니다
지난 밤
가을바람에
꽃을 피우고
떨어지는 낙엽에
그간 은총의 베틀로
짰던 나의 시간도
훌쩍 떠나 버렸습니다
익을 대로
빨갛게 익어
터진 감 홍시에
주어진 것들을
안고 짊어지고 가느라
붉게 물들었던 아픔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제
모든 것들에
이별을 고하는 시간
모든 만물이
다시 이 땅에 돌려주고
긴 겨울 여행을 떠나듯
나도
당신을 위해
소리 없이 죽고
다시 피워 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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