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잠을 청할 때마다
당신의 엷은 미소가
밤새 머리맡에서
떠나지 않아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어제는
작년 이 맘 때
봄꽃 소식에 어린 아이처럼
흥분된 표정으로
남한산에 올라가는
당신의 진한 미소가
한참이나 머물다가 가는 바람에
모든 시간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매일 저녁 기도시간
밝고 억센 억양의
당신의 찬송과 기도소리가
자꾸만 내 귓가를 흔들어 깨울 때면
내 가슴은 흥근히 눈물로 젖어
마음으로는 이미
주님의 나라에 가있곤 합니다
매 순간
내 코끝에 걸려 있는
당신의 향기로운 체취(體臭)는
일어나도 앉아도
머리를 흔들어도 떠나지 않아
세월이 흐르지 않는 곳에 있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당신과의 추억으로 사는 요즘
당신을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으로 믿기에
늙고 시간가는 이 땅에 남아
마음을 비우고 오직 기다림으로
당신과 더 가까워질 날을 기대하며
다시 사랑함으로 온전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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