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새벽녘
설악에 비가 오네요
그간 찾던 눈도 좀 쉬라고
그간 흘렸던 눈물도 좀 닦으라고
기다리는 마음도 좀 내려놓으라고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열망도 좀 식히라고
그래서
눈을 감았는데
점점 거대하게
다가오는 설악의 신록에
그려진 당신의 하늘 미소
그래서
귀를 막았는데
점점 커지는 빗소리에
산 바위를 타고 돌고 돌아
울림으로 가득 메운
그윽한 당신의 목소리
그래서
마음을 닫았는데
점점 올라오는 물안개에
보일 듯 말듯 봉우리 마다
가득 채운 당신의 진한 향기
유월의 새벽녘
설악에 비가 쉬지 않고 오네요
이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도
아무런 마음의 느낌이 없어도
나는 당신 앞에 마주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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