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바람이 분다
가을이 오려나 보다...
지난 무더운 여름 내내
그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림에 지쳐
빈 언덕에 올라갔었지...
어디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진한 그리움이 일어난다
살결 사이로
스치우는 바람에
삶의 진땀을 식히며
졸고 있는
내 영혼의 일상을 깨운다
여름 장마 내내
저 먼 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에
기다린 마음의 연(鳶)이
높이 높이 날아가도록
그렇게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바람 불어
꽃잎이 떨어지고
흔들리는 잎새마다
진한 색 드리우고
흔들리는 가지마다
파르르 떨며 열매 익어
가을 들녘이 가득하겠지
다시
바람이 분다
마음 시리도록 기다린
아, 그 분이 오시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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