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푸르른 신록도 사라졌다
시월의 열매도 다 주고 떠났다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도 다 떨어졌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줄 것도
버릴 것도 없이
이제 벌거벗은 몸뚱이만 남았을 뿐
원래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원래 내 것이라고는 없었는데
잠시 내 곁에 있게 하신 것인데
잠시 빌려 주신 것인데
이제
모든 것을 벗고
북풍한설 몰아칠 때
가지 사이로 바람 소리 들으며
흔들리는 대로 고개 숙여
새 움의 봄을 기다리며
빈손으로 당신 앞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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