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다 싶어서
가난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이 여자다 싶어서
마음만 이쁘면 괜찮다고 했는데
사는 첫 날부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되어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조금씩 알아 가다가
다시 알다가도
모를 사이가 되는 사이
미워도 다시한번
아침이 되면
여전히 밥 차려주고
밤이 되면 발톱 깎아 주는
아내의 마음 알기나 할까
미워도 다시한번
아침이 되면
돈 벌러 출근하며
밤이 되면 집으로 찾아가는
남편의 마음 알기나 할까
아이들이 종이를 접어
종이비행기도 날리고
종이배도 냇물에 띄우듯
살면서 마음도 서로 반씩 접어
삶의 둥지를 틀고
서로가 묶고 묶이며
바람 부는 소리와
스치우는 별빛에
세월이 한테 얽혀
죽음으로 갈라설 때까지
나도 아닌
너도 아닌
나와 너
둘이 한몸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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