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잔뜩
찌푸렸던 구름도
가을 하늘에
저리 높이 떠서
무심(無心)히
잘도 흘러가건만
삶의 욕망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아직도 남아 있네
여름 태풍도 잠재우고
가을의 대 자연을 풍요롭게
열매 맺게 한 바람도
저리 아무 소리 없이
잘도 흐르건만
지난 아픈 추억은
가슴의 시퍼런 멍이 되어
여전히 멈추어 있네
여름 홍수에 불어난
세찬 물결 다 받아주고
겨울 바다로 가는 강물도
저리 거침없이
잘도 흘러가건만
지나온 삶의 미련은
끈적끈적 영혼에 붙어 있네
세월은
영겁(永劫)을 향하여
저리도 잘 흐르는데
오직 은혜(恩惠)로만 살면서
무얼 연연(戀戀)해 하느냐
흐르는 것만이 산 것이며
흐르는 것만이 풍요로운 것이라
흐르는 구름처럼
흐르는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어서 어서 흘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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