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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0]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이몽식 2013.01.20 00:01 조회 수 : 7974

어릴 때

엄동설한에 입고 다니던

외투 오른 팔에 묻어 있는

뺀질거리는 누런 코 떼처럼

또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또 문질러도

내 삶이

그렇게 긴 시간

꿈쩍도 하지 않는 줄을 몰랐다.

 

어디론가

구원의 감격도

사라진 줄 모르고

이 지긋지긋한

삶의 고통만 사라지면

되는 줄 알았는데

믿음의 연수만 차곡차곡 쌓으면

어릴 적 꿈이 이룰 줄 알았는데

지울 수 없는

진한 삶의 찌든 떼만

영혼에 나이 살과 함께 주름져 있었다.

 

어느 듯

삶에 너무 익숙해져

‘이만 하면 됐지’ 하고

‘이만 하면 할 만큼 했지’

낡은 포도주를

화려한 언변과

능숙한 처세술의

낡은 부대에 담아

오직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해 아침

큰 천둥소리로 심령을 후려치고

꼬챙이로 고막을 후벼 파는 말씀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옛 성품을 십자가에 못 박고

비어버린 내 영혼의 새 부대에

복음의 새 포도주가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