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베이듯
매서운 칼바람 날리는
남한산 산기슭에
봄날 아지랑이 사이로 움 틔우고
여름날 무성한 숲을 만들고
가을날 모두를 풍요롭게 한
열매는 온데 간 데 없고
잎 새 하나 없이 다 떨구고
깡마른 앙상한 나무에
그 흔한 새 둥지 하나 없는
마른 가지들이
봄에
다시 피울 푸른 잎새와
아름다운 꽃들과
다음을 이어갈 열매를 위하여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 긴 밤
바람 부는 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남한산
끄트머리 동네
거여동에서도 밤마다
다시 올 봄에 피울
생명나무를 위하여
참회의 더운 눈물을
눈밭에 뿌리고
시린 두 손 호호 불며
소망의 속옷을
털실로 촘촘히 짜 입히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진리의 생수로
전신을 단련하고
겨울 밤 내내
말씀의 방망이로
영혼을 다듬이질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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