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언젠가부터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작은 샘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았다
격정의
젊은 날에는
삶을 태우는 열정으로
삶을 드리는 헌신으로
그 샘에서 생수가 터졌다
요즘
내 안에
지금쯤은 다 말라
버렸을 법한 샘에서
퍼내면 고이는
마르지 않는
깊은 샘이
있는 줄은 몰랐다
봄에 화려한 꽃을
피워낼 때에도
여름에 온 세상을
신록으로 물들일 때에도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이 떨어질 때에도
겨울 눈발에 인고(忍苦)의
시간을 땅 속에 묻을 때에도
계속 고이는 그리움의 샘물...
이제
남 몰래 늙어가며
샘물이 고이지 않고
바람처럼 흐르도록
구름처럼 흐르도록
함께 나누며
함께 사랑하며
눈물로 샘물을 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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