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이 지나는
우주 길목마다
가을은 소리 없이
물들어 가고 있어요.
내 마음 역시
당신을 향한
진한 그리움으로
호수에 비친
파아란 하늘빛으로
높이 물들어 가고 있어요.
당신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 깊어지는
목마름과 고독에
열매맺고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태우는 연기로
그윽하게 물들고 싶어요.
오늘도
당신을 위하여
무명으로 피고 지는
작은 들국화가
바람에 떨리듯
가냘픈 육체로
파르르 떨리는
고통스런 시간에도
인내하며
당신의 은총으로
깊이 물들고 싶어요.
살아온 날들을 감사하고
모든 이를 사랑하며
떠날 채비를 하는 계절
당신의 영으로
당신의 빛깔로
당신의 사랑으로
빨갛게 물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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