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거리는
여름을 말끔히
털어 버리며
무더위를 쫓아내는
가을비가 세차게 내린다
더위에
밀려났던 가을이
정신 번쩍 들도록
굵은 빗줄기로
계절을 재촉한다
짧아진 가을의
아쉬움을 아는 듯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그리움만 남기고
아픈 옛 흔적들을
다 씻어 버리도록
대지를 덮어 버린다
이제 곧
물들고 낙엽지고
열매 맺도록
지나간 자리에
햇살 머금은 비가
가슴에 물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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