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 할 때마다
내 삶의 마지막 결산을
미리 당겨 보는 듯하여
한 없이 작아지고
무거움에 짓눌려
시름시름 연말앓이를 겪으면서도
일 년이라는 시간의 눈금 속에
인생의 한계를 일찍 깨달은 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아직도 지나간 아픔을
내려놓지 못하고
추억의 발자국에 서성이며
내려놓았다 다시 움켜쥐기를
반복하는 시간의 담금질 속에
그 때마다 어디선가 찾아온
보랏빛 주님의 위로와
사랑하는 이들의 기도가
없었다면 실족하였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절대 미루어서는 안 될
영혼을 사랑하고 섬기고
용서하는 일을 미루고
닥치는 일에만 몰두했던 시간은
올 한해 가장 어두운
시간의 그림자로 채색되어
주의 긍휼을 의지하여
회개의 눈물로 지우고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내가 필요해서 걸었던 시간은
아무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하얀 여백으로 남아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씀으로 날을 세워 건축한 시간은
내 삶의 진한 반석이 되어
다음 해 삼백 예순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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