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뜨거운 태양에도
시들지 않고
신록을 자랑하는
싱싱한 나무가
부러운 것은
줄기가 올라갈수록
보이지 않는 땅 속에
뿌리를 깊게 내려서이겠지
더운 대낮에
나무에 붙어
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가
어릴 적 시골에서
듣던 음악소리처럼
정겹게 들리는 것은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그만의 노래이기 때문이겠지
저 뜨거운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체할 수 없이
주렁주렁 달리는
포도송이가
자랑스러운 것은
그간 수없이 몰아친
비바람과 천둥에도
오직 달콤한 맛과 향을
만든 열매 때문이겠지
갑자기 검은 구름
하늘을 덮어
세찬 소낙비가
지나고 가면
햇살 사이로
다시 뜨는
푸른 하늘이
한 없이 아름다운 것은
늘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삶의 이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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