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좋아
사람들이 내 이름을 몰라도
조물주가 붙여준
고유한 내 이름이 있거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
별로 화려하지 않아도
나만이 피울 수 있는 색깔로
작은 꽃을 피우고 있거든
바람에 아무리 흔들려도 좋아
흔들릴 때마다
풀씨로 어디에나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퍼뜨리거든
사람들이 아무리 밟아도 좋아
그래도 부러지거나
꺾이지는 않고
잠시 후 바람만 불면
또 다시 일어나거든
상처가 아무리 있어도 좋아
긁혀 베인 자국마다
풀내음 진하게 진동해
숲속의 아름다운 향기가 되거든
모든 사람들이 잊어도 두렵지 않아
긴밤 님을 기다린 별빛을 담아
잎새 끝 한 방울 이슬이 되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찬란한 아침을 매일 맞이하거든
풀잎
사람들이 지나쳐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볼 품 없어 보여도
어디서나 피어나는
풀잎, 난 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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