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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3] 기다림으로

이몽식 2014.03.23 06:59 조회 수 : 4411

요즘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잠을 청할 때마다

당신의 엷은 미소가

밤새 머리맡에서

떠나지 않아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어제는

작년 이 맘 때

봄꽃 소식에 어린 아이처럼

흥분된 표정으로

남한산에 올라가는

당신의 진한 미소가

한참이나 머물다가 가는 바람에

모든 시간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매일 저녁 기도시간

밝고 억센 억양의

당신의 찬송과 기도소리가

자꾸만 내 귓가를 흔들어 깨울 때면

내 가슴은 흥근히 눈물로 젖어

마음으로는 이미

주님의 나라에 가있곤 합니다


매 순간

내 코끝에 걸려 있는

당신의 향기로운 체취(體臭)는

일어나도 앉아도

머리를 흔들어도 떠나지 않아

세월이 흐르지 않는 곳에 있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당신과의 추억으로 사는 요즘

당신을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으로 믿기에

늙고 시간가는 이 땅에 남아

마음을 비우고 오직 기다림으로

당신과 더 가까워질 날을 기대하며

다시 사랑함으로 온전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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