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가을입니다
눈뜨자마자 창문에서
가슴을 스치는 바람이
천둥소리에 길었던 밤이
주님의 은총을 알려줍니다
한낮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들녘에 머리 숙여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코스모스 사이로 핀
억새풀에 매달려
흔들리는 모진 목숨
말씀대로 끝까지 부인하며
달려 갈 것을 결단해봅니다
오늘도
길게 늘어 뜨려진 저녁놀에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겪은
그리움의 고통과 소망이
추억으로 붉게 물들어
제 마음은 이미
주님의 나라에 가 있습니다
이제
깊어가는 가을밤
풀 섶에서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에
먼 들판 끝 반짝이는 불빛을 보며
다시 오시겠다는 약속을 기억하며
밤새 이슬로 적시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주님 만날 날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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