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힘든 삶에 지쳐
나 홀로 덩그러니 남아
더 이상 꿈도 꾸지 못하고
점점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모든 11월 나무들이
걸쳐 입은 화려한 옷들을
훌훌 벗어 버리고
맨 살을 드러내어
잃을 것을 다 잃어버리고
버릴 것을 다 버려도
파란 하늘을 향해
겨울 내내
꼿꼿이 뿌리로 서서
땅 속에 생명을 감추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 속에
항상 죽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고
낡은 것들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리고
나를 얽어 묶고 있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비워 자유하고
탐심과 욕심에 끌려 다니는
나 자신을 내려놓고
모든 것에
순간 순간 감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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