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우리를 괴롭힌
무더위는 감쪽같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우리 곁을 그렇게
아무 미련 없이 떠났다
어디선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찌는 더위는
꼬리를 감추고
성큼 자란 키만큼
높아진 하늘에
그간 더위로
좁디좁아진 마음을
넓게 펴주고
푸른 하늘에 깔린
하얀 구름 잔디에
성난 마음을
보드라운 아기살처럼
부드럽게 덮었다
마치
이 세상 보이는 것이
하루 만에
모두 사라지고
영원한 것으로
덧입을 그 날처럼
더위가 물러가는 기적은
채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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