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난 당신이 가고 난 다음 서툰 초보 운전자처럼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밤에는 나도 모르게 옆에 자고 있는
아들 주만이에게 ‘여보’라고 입에서 툭 튀어 나와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오
여전히
나는 오월 신록에 당신의 해 맑은 웃음과
당신 특유의 웃음소리로 당신을 만나고 있지
그런데 어제 아침에 잠간 눈을 붙였다가
꿈속에 당신이 나타나 얼마나 푸근하게 나를 바라보고
웃는지 꿈을 깨어서는 잠 깬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감사한 것은
아들 주만이랑 함께 아침밥을 챙겨 먹을 때마다
당신 병이 재발되기 얼마 전부터 나에게 요리도
배우고 밥도 해보고 집 안 정리도 해보라고 하는
당신의 잔소리를 기억하면서 내 불편을 미리 알고
나를 훈련시킨 것을 생각하며 웃음 짓기도 하지
그럼에도
체질상 가려운 내 등을 매일 밤마다 긁어주던
당신이 없다는 것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아들 주만이와 실랑이 할 때마다 거들어 줄
당신이 없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또한 집에 들어가면 무슨 이야기이든
늘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당신이 없다는 사실이
내 삶에 스스로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고 떨고 있지
아직도
지난 주 당신이 그렇게 오래전 기도하고 돌보던 오민자씨가
오랜 병에서 깨끗이 치료되어 기뻐 당신을 찾는 전화를 받고
내 눈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아직은 이렇게 당신과 함께 하는 삶이 익숙지 않나봐
여보!
난 당신이 가고 난 요즘 주님만 의지하는 훈련 중이다
이 세상에 집을 짓지 않고 하늘에 집을 지으면서
당신이 너무 보고 싶은 날 난 그렇게 고백한다
나는 당신과 늘 함께 걷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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