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 내 앞에서
바람처럼 사라진
사랑하는 너
그 아름답던 봄이
길을 잃어 버렸다
붉은 진달래도
핏빛 꽃을 떨어뜨리고
보랏빛 라일락도 향기를 잃었다
이렇게 보낼 순 없다
이렇게 가게 할 순 없다
한 마디 인사도 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사랑스런 눈빛을 두고
그 외침과 절규를 놔두고
그렇게 너를 보낼 수 없다
네가 없는 아침...
네가 없는 교실...
네가 없는 세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세상이 아무리
잘 돌아간다 해도
네가 없는 세상은 꿈일 뿐이다
나는 너를
이렇게 보내지만
보내는 것이 아니다
떠나는 것이 아니다
너는 나를 떠났지만
나는 너를 떠날 수 없다
그리워 가슴에 너를 묻고
바람이 불 때마다
매년 봄꽃이 필 때마다
십자가에서 절규하는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안은 마리아처럼
너와 함께 한 순간을 기억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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