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동설한에 입고 다니던
외투 오른 팔에 묻어 있는
뺀질거리는 누런 코 떼처럼
또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또 문질러도
내 삶이
그렇게 긴 시간
꿈쩍도 하지 않는 줄을 몰랐다.
어디론가
구원의 감격도
사라진 줄 모르고
이 지긋지긋한
삶의 고통만 사라지면
되는 줄 알았는데
믿음의 연수만 차곡차곡 쌓으면
어릴 적 꿈이 이룰 줄 알았는데
지울 수 없는
진한 삶의 찌든 떼만
영혼에 나이 살과 함께 주름져 있었다.
어느 듯
삶에 너무 익숙해져
‘이만 하면 됐지’ 하고
‘이만 하면 할 만큼 했지’
낡은 포도주를
화려한 언변과
능숙한 처세술의
낡은 부대에 담아
오직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해 아침
큰 천둥소리로 심령을 후려치고
꼬챙이로 고막을 후벼 파는 말씀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옛 성품을 십자가에 못 박고
비어버린 내 영혼의 새 부대에
복음의 새 포도주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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