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붙잡으려 애썼지만
날들은 내 손을 빠져나갔고
그 틈마다 주님은 조용히 계셨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기보다
누구를 의지하며 지나왔는지를
이제야 묻게 된다
삶의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늘 내일로 미루어 두었던
삶의 생각과 결심들
끝자락에 서서 돌아보니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떨리며 마음이 가난해진다
잘된 날에는 나를 믿었고
무너진 날에는 주님을 찾았다
그러나 돌아보니
그 모든 날들 순간순간이
주님의 손길에 겹쳐 있었다
고통스러운 아픔과 광야 같던 시간도
선하신 계획 가운데 있음을 깨닫는다
성과를 세어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고
충성을 헤아리니 눈물이 났다
무엇을 위해 그리 달렸는가 생각해 보니
맡겨진 자리에 머물러 견딘 시간들 속에
주님이 오래 바라보셨음을 알게 된다
다만 이 고백 하나로 한 해를 내려놓는다
“여기까지 주님이 도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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