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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 가을 나무 앞에서

이몽식 2025.11.22 22:41 조회 수 : 3

늦가을 산과 거리마다

나무들은 말없이 열매를 내놓습니다

한 해 동안 빛과 바람과 눈물을 받아

고요히 여문 그 열매들을

마치 감사의 고백처럼

주님 앞에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이내

잎사귀를 하나둘 땅으로 돌려보냅니다

자신을 감싸주던 것들을 내려놓고

화려함의 옷을 스스로 벗어

흙의 품에 가만히 안깁니다

 

그 모습 앞에서

사람들의 평가와 칭찬도

나를 가려주던 직함과 명예도

의지해 붙잡던 세상의 가지들도

다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서

아무것도 감출 수 없는

단독자의 자리로

서게 될 날을 보게합니다

 

남겨진 열매로

은혜의 흔적이 드러나고

떨어지는 잎으로

교만의 그림자를 내려놓으며

어떤 장식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뿌리가 주님께 닿아있기에

알몸으로 서서 흰 눈을 기다리며

가지마다 생명의 싹을 틔우며

다시 올 새봄을 믿음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