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짙어가는 계절의 색깔을 재촉하며
들녘의 곡식마다 숨결을 불어 넣으며
알찬 열매가 마지막 빛깔을 품게 하고
깊어가는 계절의 옷자락을 단단히 여민다
떨어지는 빗소리는 하늘 낮게 드리워져
지붕 위에 작은 시를 쓰고
창가에는 그리움의 노래로 남아
여름이 떠난 추억의 자리마다
젖은 향기가 맴돌고 가을비가 스며든다
수확의 기쁨을 예비하며
풍성한 계절의 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들판에서 홀로 노래하게 하며
고즈넉한 영혼을 그윽히 익히는 단비
이윽고
가을비는 내 영혼의 창가를 두드려
마음 깊은 곳에 시간의 흐름을 일깨우고
점점 멀어져 가는 햇살을 잡으려는
그리움의 붉은 빛깔로 영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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