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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9] 가을에는...

관리자 2011.09.25 09:04 조회 수 : 5593 추천:3

가을에는
죽도록
죽도록 사랑하게 하소서!
죽도록 사랑해서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타오르는 생명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그러나 내속에
내가 살아 있어,
그러나 내속에
수많은 자아의 파편들이 박혀있어,
그러나 내 속에
수많은 욕심의 편린(片鱗)들이 수놓고 있어,
사랑의 노래는
내 넋두리와 연민으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가을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붉게 타는 단풍이 되듯이,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농짙게 익어가듯이,
구름이 지나간 자리마다
다음 해를 기약하는 씨앗이 남듯이
사랑하는 이들을
주님처럼 죽도록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죽도록 사랑하여
죽어버린 이야기가 아니라
투명한 가을 햇살 아래
실핏줄 매듭 매듭지어
많은 생명을 잉태하는
사랑의 노래가 되도록
가을에는
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