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나이
가을에 접어들어
고달픈 이의 소리도
아파하는 이들의 외침에
이골이 날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그 상황에 부딪히면
어색해 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는 누구인가
내 향기에 취해
놓지 못하는 마음의 연민
가을바람에 마음껏 흔들리며
뿌려대는 꽃씨들처럼
이름도 빛도 없는
무명의 가을꽃이 되게 하소서
내 감정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굳은 마음
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
고즈넉한 들판에 누워
모든 걸 내려놓고
안식하는 대지가 되게 하소서
내 시야에 가려져
읽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주님과 사람들의 마음
뭉게구름 너울거리며
하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선명한 가을 호수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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