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가듯

한 달이 가고

한 달이 가듯

일 년 삼백 육십 오일이 

이렇게 빨리 지나

저물어 가는 한 해를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회한(悔恨)과 아픔의 기억 속에

서성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뜯어 버리고 나니

한 해 동안

한 올 한 올 수놓은 삶의 자수는

현실이라는 헝겊 위에

고통과 기쁨이 서로 교차하며

당신의 은총으로 빚은 작품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로 말미암아

너무 많이 아파서

울었던 나날들

그러나

그 아픔으로

가슴 조이며

서로 보듬으며 위로했던

뜨거운 기억들은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로 남았습니다

 

이제

돌아오지 않는 한 해를 보내면서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픔과 기쁜 추억까지도

저 소망의 언덕에 걸어 두고

죽음보다 더한 사랑과

목숨보다 더한 진리로

새해 두레박을 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