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을 물들인
설악의 단풍은
하나님 나라를 이리로
잠깐 옮긴 듯
저리도 고운 자태로
푸른 도화지에 색칠하고
이쁜 입술로 온 땅에
교향악을 연주하고
그의 영광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구려
더욱 강렬하게
타들어가는 단풍은
빨갛게 물들인
그리움의 고해성사를
한 움큼 마음에 담아
푸른 하늘을
제단 삼아
온 몸을 불살라
제물로 드리네
어제 내린
비바람에
한 잎 두 잎 떨어져
땅에 떨어진 단풍은
그토록 아름다웠던 시간과
진한 슬픔도
앙상한 가지에
훌훌 벗어 버리고
이 땅의 순례자 되어
다시 만날 소망을 담아
비선대의 깊은 계곡에
기도의 울림으로 올라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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