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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1] 기다림

이몽식 2014.12.21 01:40 조회 수 : 3285

산다는 것이

기다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도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게는

새벽에 눈을 뜨는 것도

하루를 마감하고 눈을 감은 것도

매일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먼발치에서 자주 산을 바라보는 것도

때로 어떤 사물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도

항상 당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나의 일상이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다림의 고통이 아무리 절망스럽다 해도

당신을 기다리는 행복보다는 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살면서 바람처럼 스치어 가는 당신이어도

그 자리를 굳게 지키는 한그루의 나무가 되어서

다시 푸르른 그날까지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의 현실이어도

지치지 않고 가고 있는 것은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땅에서 내 삶의 기다림이 멈추는 영원까지

끝나지 않는 나의 소명은 당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