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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53] 한 해를 결산하는 방식

관리자 2006.12.30 23:00 조회 수 : 5568 추천:32

2006년도 마지막 날이 주일이라 한 해를 보내는 송년의 시간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말 속에는 언제나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숙연함이 담겨 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우리의 심정은 무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정치, 경제 어느 하나 안정된 것이 없이 지난 한 해 대한민국 호의 항해는 격랑가운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믿는 사람들은 이런 환경적 의미보다는 신앙적으로 늘 하나님 앞에서 결산해야 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늘 하나님의 불꽃같은 눈앞에서 거룩하게 살아야 하는 훨씬 높은 기준에서 자신의 행위들을 돌아 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의 기준으로 보면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과 낮 뜨거운 일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회개라는 쪽으로 가기 보다는 익숙해지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마다 생기는 병이라 슬슬 마음에 면역성이 생겨납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는데 금년에만 새삼스레 회개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면역성이 생기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병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송구영신의 때가 새해를 맞이하는 그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한 해를 보내면서 겪는 병은 좌절이라는 병입니다. 분명 새해 꿈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이룬 일이 없다고 생각이 들 때 찾아오는 병입니다. 뭔가 해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뛰어 온 것은 사실인데 결과라고 내놓을 것이 없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겪는 어려움입니다. 그런데 이런 병은 우리가 잘못 결산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세상적 기준과 잣대로 우리의 삶을 평가하는 잘못된 방식입니다.

한 해를 결산하는 이 시간 이 자리에 있게 된 것 하나만으로 우리는 은혜라고 말해야 합니다. 여기서의 은혜는 무엇이 잘 되어서의 은혜도 아닙니다. 또한 이 말은 실제는 후회와 자책의 심정인데 그저 어쩔 수 없이 위로하기 위해서 입술 발림의 은혜도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지난 한 해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았으며 그 은혜로 성실히 일상을 살았다는 의미에서의 은혜입니다.

몇 년전에 무장간첩이 임진강에 침투했을 때 초병이 그 간첩을 사살하여 상을 받고 제대한 일이 신문에 크게 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를 보면 모든 초병들이 나도 저렇게 간첩을 잡아 포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집니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경계근무를 섭니다. 그러나 군복무 기간 동안 초병을 서면서 자신의 경계 안에 간첩이 넘어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정말 천에 만에 하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 간첩을 잡은 초병은 성실히 근무를 해서 간첩을 잡고 다른 초병들은 성실히 근무를 하지 않아 간첩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간첩들이 잘 넘어오는데서 초병근무를 하면 가능성은 좀 더 있겠지만요.

우리는 이럴 때마다 모든 시선이 간첩을 잡아 상을 초병에게로 모아집니다. 사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일 년내내 성실히 초병근무를 하는 군인들은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늘 성실하게 초병근무를 서는 군인들이 있어 후방에서 국민들이 편안한 잠을 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을 돌아보면 별로 한 일도 없고 이룬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은혜로 사는 이런 일상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약에 이런 일상의 은혜와 성실함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 가정도, 교회도, 우리의 삶은 지켜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상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주님 은혜 안에서 인내하고 나의 사명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세상은 희소한 것, 영웅적인 것만 알아주기 때문에 우리의 한 일은 신문에 나거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뿐입니다. 또한 이런 일상적 은혜로 우리의 삶은 미래의 더 큰 사명의 자리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정말 주안에서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