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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2] 홀로와 함께의 시간

이목사 2007.08.12 07:43 조회 수 : 5551 추천:39

할렐루야! 보고 싶은 여러분께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문안 인사드립니다. 한주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을 보면 이미 이 환경에 많이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매일 날짜와 시간을 계산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환경은 적응이 되었으나 마음은 전혀 적음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은 프랑스에서 두 달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 이곳에서 감당할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그보다는 목자로서 교회와 사랑하는 여러분들을 뵙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돌아가서 여러분들을 좋은 모습으로 대면할 기대가 설레임으로 다가 옵니다. 그것은 이렇게 몸은 떨어져 있으나 서로 자신들의 위치에서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여러분들의 충성스러움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변함없이 목사를 위해 지금도 기도하는 분들의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저의 프랑스 첫 한 달은 예전에 학생 시절에 경험했던 자취생활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주일날 교회 출석과 선교 일로 잦은 만남이 있었지만 그 외의 시간은 조그만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이었습니다. 늘 가족과 많은 교우들 가운데 있다가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은 제게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스스로 밥을 챙겨 먹는 일이었습니다. 늘 해주는 밥이나 함께 사먹는 밥을 먹다가 매 끼마다 스스로 챙겨 먹는 일은 굉장한 성실을 요구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하지 않았던 매일 청소하고 밥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를 하면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이런 일들이 평소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주고 있다는 감사와 고마움이었습니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 같아도 늘 함께 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사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처음에 이런 집안의 일들이 익숙하지 않고 달갑지 않았는데 하다 보니까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아니 익숙해질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친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단도 짜보고 좀 더 효율적으로 집안일을 하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좀 고상한 말로 표현하면 마치 제 작은 방이 수도원처럼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선교 사역이나 교회 일만이 아니라 이런 일상의 일들도 큰 사역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상의 일들이 거룩한 일들로 바뀌어 가고 있는 수도원적 영성을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혼자만의 시간은 깊은 묵상과 기도를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생활이 단순하다 보니까 더욱 깊은 묵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무디어진 영성을 자극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집사람과 아이들이 이 곳 프랑스에 도착하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리듬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같은 공간에 같이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족과 같이 있다고 해 보아야 밤에 자는 시간과 아침식사 및 가정 예배시간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제가 누구를 만나는 시간 말고는 거의 24시간 같이 먹고 자고, 함께 생활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가족이라는 것을 찐하게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이 있어 보는 것은 처음 가져 보는 것이라 굉장히 큰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감은 첫날부터 아이들이 조그만 일로 티격태격 싸우면서 완전히 깨져 버렸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떨어지면 보고 싶고, 그러나 가까이 있으면 힘들어 하는 관계가 가족입니다. 그렇게 보고 싶다가도 막상 같이 하면 일상에서는 너무나 익숙하고 늘 보는 얼굴이기에 잔소리하고 싸우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가족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한 가족을 이루어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교회 가족도 그렇습니다. 가까이 할 때는 오히려 힘들게 하여서 별로 소중한 것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떨어지면 함께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보고 싶은 것이 교회식구들입니다. 이번 한 주간은 가봉으로 들어가서 부흥회와 가봉 팀 선교부 전략회의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부흥회로 가봉한인교회에 큰 부흥이 일어나고, 선교 지향적 교회로 거듭나고, 가봉이 불어권 선교의 아프리카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번주 주향한 청년회 수련회의 봉사와 섬김이 예수님의 섬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