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끝자락
이제 훌훌 털고
떠나야 하는 시간
하루 남은 날조차
지난날의 게으름으로
한없이 작아지고
관념과 구호만 난무했던
삶의 흔적들은
소중한 시간을 죽이고
아무리 바쁘게 살았어도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고
한줌의 겸손만 가졌어도
함께 웃고 울며
힘든 이웃들을 붙잡아주고
서로 서로 세울 수 있었건만
육체의 본성(本性)에 얽매여
머뭇머뭇거리며 안타까워하며
만지작거리며 촌음을 축낸 한 해
엄동설한
멀리서 밀려오는 찬바람에
그날을 헤아리는 지혜가
말씀으로 귓전을 때리고
마음으로 들려올 때
바로 그날이 오늘 되어
내 모든 삶의 일상이
주님의 뜻을 이루는
신비(神秘)로 다가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그분의 역사임을 고백하고
다시 삼백 예순 닷새 날에
눈 들어 새 달력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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