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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4] 그리스도인의 볼일

관리자 2006.04.01 10:09 조회 수 : 5102 추천:38

언론인이었던 오소백씨의 수필집 변소철학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일간 신문사의 기자로 있던 이 사람이 야간에 사옥을 지키는 숙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홀로 사옥을 지키려고 하니 심심한 생각이 들었던지 동리 슈퍼마켓에 내려가 소주를 한병 사다가 홀짝 홀짝 안주도 없이 마십니다. 찬바닥에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새벽에 잠을 깨고 보니 설사를 만났네요. 한 손으로는 아랫배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다른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달려들어갑니다. 수위 아저씨가 화장실 문을 철커덕 잠그고 퇴근해 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손전등을 들고 철조망 담을 뛰어넘어 동리 공중변소를 갑니다.

한참이나 볼일을 보고 앞을 쳐다 보았더니 화장실 벽에 새까맣게 낙서가 되어 있는데 그 낙서들이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갑니다. 가운데쯤 왔을까요? 굵직한 글씨로 한줄 크게 씌여져 있었습니다. “오른쪽을 보시오!” 호기심에 얼른 오른쪽을 봅니다. 많은 낙서 가운데 눈에 익은 그 글씨, 이번에는 “왼쪽을 보시오!” 얼른 왼쪽을 봅니다. 이번에는 “뒤도 돌아다 봐라!” 묘한 자세를 하고 뒤를 돌아다 봅니다. 그러니끼 뒷벽에는 “천정을 보시오!” 여기까지 오니까 도대체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그만둘 수가 없더랍니다. 할 수 없이 어기적거리며 일어나서 천장을 이리저리 비춰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천장 한 구석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뭘 봐 똥이나 싸지!”

그래 맞다. 똥누러 왔으면 똥이나 열심히 싸지, 뭘 쓸데없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그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나. 이분이 화장실을 나오면서 속은 생각에 약이 오르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내가 여기서 뭐했나'하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그는 그때 화장실에서 생각하다가 인생을 깨달아서 수필집 이름을 변소철학이라고 제목을 붙였답니다. 사람이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은 볼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사람은 다 각자의 자리와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 부모님은 부모님의 자리, 학생은 학생의 자리 이러한 자리에서 볼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세상에 부름 받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볼 일은 무엇일까요? 꼭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볼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에 대해 월로크릭 교회의 빌 하이블스 목사님은 단언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한손으로는 교회공동체를 가족으로 세워가는 일이요 다른 한손으로는 구도자를 구원하는 일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웃을 발견하고 찾아 사랑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을 때에는 참된 이웃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 되고 나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의 삶에는 이웃이 사랑과 섬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엄청난 볼일을 머리로만 알고 실천하지는 않습니다. 누가복음 10장에 주님은 율법사에게 한가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 내용은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에 강도를 만난 사람이 있었는데 제사장과 레위인과 율법사는 그 강도만난 이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칩니다. 그러나 그 당시 천대 받던 사마리아인은 그를 도와 생명을 구해줍니다. 제사장과 레위인과 율법사야 말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율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가장 중요한 볼일인 강도 만난 이웃을 구원하는 일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진리는 알았으나 그들에게는 이웃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VIP를 섬기고 인도하는 일은  바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