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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 수행(修行)과 제자의 삶

관리자 2010.03.15 03:55 조회 수 : 6301 추천:28

지난 주 11일 법정 스님이 입적했습니다. 그의 죽음을 언론과 방송에서 지난 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만큼 크게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영향력을 보았습니다. 단순히 불교 신자들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입적을 슬퍼하고 추모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우리 사회 큰 인물이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런 모습은 그의 삶과 가르침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그의 입적 후에 장례 절차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불교의 장례의식인 시신을 불사르는 의식을 다비식이라고 합니다. 보통 그 정도 유명한 스님이라면 화려하게 의식과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다비식을 할 법 한데 평상에 입은 승복 그대로 조촐한 다비식으로 장례를 마쳤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고, 또한 그가 평소 가르쳐온 무소유 정신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법정 스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불교계의 유명한 스님이라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그가 쓴 책 때문입니다. 신앙의 열정이 불같은 젊은 때에도 그의 책은 내 영혼에 맑음과 깨끗함을 심어주는 책이었습니다. 샘터에 매월 연재되는 수필과 그의 쓴 수필집은 대부분 읽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작년 그가 마지막으로 낸 책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도 제 서재에 꽂혀 있는 것을 보면 저는 그의 애독자인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일명 스타 스님인 것도 바로 그가 쓴 책의 공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그의 글을 통해서 설파되어지는 무소유의 교훈은 이 시대에 너무나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생각해 볼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가 단지 책 때문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진짜 그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그가 외친대로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장례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 말려 이웃에게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입은 승복 그대로 다비하여 사리도 찾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스님들의 소원이라는(?) 그 흔한 주지 한번 하지 않았고, 대부분 그의 삶은 홀로 화전민처럼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수행(修行)이 불가능해지자 스스로 세속을 떠나 강원도에 산속 암자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평생 수행에 힘쓴 불자라는 것입니다.

목사가 스님에 대해서 너무 긍정적이라고 말할 분도 있을 것인데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고 그가 부처의 가르침을 따라 불자의 길을 간 수행자였듯이 우리도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라는 부분에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수행하는 모습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그리스도인의 문제는 너무 세상에 밀착되어 세상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주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신 제자의 삶을 살지 않는데 있습니다. 요즘 그리스도인들은 불교 용어로 표현하자면 수행에 게으르다는 것입니다. 즉 말씀과 기도의 수행,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십자가를 지는 삶의 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주일날 교회 나와서 예배드리는 것만으로 신앙생활을 다 하고 있다는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예수님을 따르는 삶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가 지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 이번 주 24시간 릴레이 기도회를 통하여 십자가를 붙들고 십자가로 승리하는 시간이길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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